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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의 흔적’에서 향수 자극하는 ‘별미’로…한국인이 사랑한 수제비의 매력 [F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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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희 기자 py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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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으로 반죽 뜯어 넣는 소박한 음식
지역마다 재료와 맛 제각각
탄수화물 중심 한 끼, 채소·단백질 곁들이면 영양 균형

날씨가 추워지면 밀가루 반죽을 손으로 툭툭 뜯어 뜨거운 국물에 넣고 끓인 수제비 한 그릇이 생각난다. 멸치와 다시마로 우려낸 육수에 감자와 애호박 등을 넣어 끓인 서민의 소박한 음식이지만,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운 반죽과 구수한 국물은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며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수제비.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수제비.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 가난한 어린 시절을 대변하던 음식

 

수제비는 한때 가난과 궁핍을 떠올리게 하는 음식이었다.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 따르면 6·25전쟁 이후 구호물자로 밀가루가 대량 유입됐다. 여기에 정부의 혼분식 장려 정책이 맞물리면서 밀가루 음식은 일상적인 식문화로 확산했다. 수제비 역시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서민들의 주요 끼니로 자리 잡았다.

 

수제비는 밀가루와 물만 있으면 만들 수 있어 식재료가 넉넉하지 않던 시절에도 비교적 쉽게 준비할 수 있는 음식이었다. 별다른 조리 도구 없이 반죽을 손으로 뜯어 넣는 간편한 조리법 역시 서민들의 밥상에 자리 잡는 데 한몫했다.

 

어린 시절의 추억이 담긴 음식이기도 하다. 부엌에 둘러앉아 가족들과 함께 반죽을 손으로 뜯어 넣은 수제비를 나눠 먹던 기억은 세월이 흘러도 쉽게 잊히지 않는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챗GPT로 생성한 AI 이미지.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챗GPT로 생성한 AI 이미지.

◆ 손으로 뜯어 넣는 반죽…재료 따라 맛도 제각각

 

수제비의 맛을 좌우하는 것은 반죽이다. 밀가루에 물과 소금을 넣어 치댄 뒤 냉장고에서 충분히 숙성하면 반죽이 한층 부드러워지고 쫄깃한 식감을 낼 수 있다. 반죽을 너무 두껍게 뜯으면 익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식감이 무거워질 수 있어 얇게 떼어 넣는 것이 좋다.

 

수제비.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수제비.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기본적인 수제비는 멸치와 다시마로 우려낸 육수에 감자와 애호박, 양파 등을 넣어 끓인 것이다. 감자는 국물에 은은한 전분기를 더하고, 애호박은 담백한 단맛을 낸다. 여기에 국간장과 다진 마늘로 간을 맞추고 대파를 넣으면 익숙하고 구수한 맛의 수제비가 완성된다.

 

들깨수제비는 고소한 풍미를 좋아하는 이들에게 인기 있는 메뉴다. 멸치 육수에 감자와 버섯 등을 넣고 끓이다가 들깨가루를 풀면 국물이 걸쭉해지고 특유의 고소한 맛이 살아난다. 취향에 따라 들깨가루 양을 조절하고 마지막에 대파를 넣으면 풍미를 더할 수 있다.

 

김치 수제비.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김치 수제비.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김치를 넣어 칼칼하게 끓이는 김치수제비도 별미다. 김치를 먼저 참기름에 가볍게 볶은 뒤 멸치 육수와 함께 끓이면 김치의 깊은 맛이 국물에 배어든다. 고춧가루와 다진 마늘을 더하면 칼칼한 맛이 살아나며, 두부나 돼지고기를 넣어 든든하게 즐길 수도 있다.

 

◆ 감자부터 메밀·보말까지…지역 따라 다른 수제비

 

같은 밀가루 반죽을 사용하더라도 육수와 부재료에 따라 전혀 다른 맛을 낼 수 있다는 점이 수제비의 매력이다. 각 지역마다 구하기 쉬운 식재료를 활용해 발전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강원도의 감자수제비다. 감자가 많이 재배되는 강원도에서는 밀가루 반죽에 감자를 넣거나 감자를 직접 갈아 전분과 섞어 반죽하는 방식으로 수제비를 만들어 먹었다.

 

사진 =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사진 =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국립민속박물관 한국민속대백과사전에 따르면 강원도 감자수제비는 감자 건더기와 감자에서 얻은 전분에 밀가루를 섞어 반죽하는 방식이 특징이다. 멸치나 다시마 등으로 낸 장국에 감자와 애호박을 넣고 끓여 내며, 감자에서 나오는 전분 덕분에 쫄깃하면서도 구수한 맛을 낸다. 

 

제주도에는 메밀가루로 만든 수제비인 ‘메밀저베기’가 있다. 제주에서는 수제비를 ‘저베기’ 또는 ‘조베기’라고 부르는데, 밀가루가 귀했던 과거 메밀을 반죽해 끓는 멸치장국에 떼어 넣어 먹었다. 불린 미역이나 배추김치 등을 넣어 국물을 내기도 했다.

 

보말은 제주에서 고둥을 일컫는 보말을 넣은 ‘보말조베기’도 있다. 밀가루 반죽과 함께 끓여 바다의 풍미를 살린 것이 특징이다. 밭일과 바다일이 많았던 제주도 사람들의 생활 방식과 지역 식재료가 어우러진 음식이다.

 

◆ 탄수화물 중심 한 끼…채소·단백질 곁들이면 균형

 

사진 =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사진 =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수제비는 밀가루 반죽이 주재료인 만큼 탄수화물 비중이 높은 음식이다. 감자와 애호박, 양파 등 채소를 넣으면 식이섬유와 비타민, 무기질을 보충할 수 있다. 바지락과 홍합 등 해산물이나 달걀, 두부, 고기를 함께 넣으면 단백질 섭취에도 도움이 된다.

 

다만 수제비만으로 한 끼에 필요한 영양소를 고르게 섭취하기는 어렵다.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도 수제비는 수분이 많아 적은 양으로도 포만감을 느끼기 쉽지만 필요한 영양분을 충분히 섭취하기 어렵다고 설명한다. 때문에 채소와 육류, 생선 등을 함께 넣어 먹는 것이 좋다.

 

또 국간장과 소금, 김치, 시판 육수 등을 많이 사용하면 나트륨 함량이 높아질 수 있다. 국물의 간을 지나치게 세게 하지 않고 국물을 모두 마시기보다 건더기 위주로 먹는 것도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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